-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100% 활용 가능, 경질 올레핀 수율 27% 향상, 반응 온도 170℃ 저감, 불순물 제거를 위한 추가 수소화 과정 불필요한 촉매와 반응기 개발
- 상용화를 염두에 둔 실제 폐기물 활용 파일럿 규모 연구, 산업계 신기술 수요에 대응 가능
-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2024년 8월호 표지 논문
□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하여 얻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최근 많은 기업이 찾는 귀중한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여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국내 연구진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온에서 열분해하여 얻는 재생유
ㅇ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김도경·박용기 박사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친환경·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촉매와 반응기를 발표했다.
* 경질 올레핀: 에틸렌, 프로필렌, 부틸렌
ㅇ 현재 확보한 촉매 공정 모델을 바탕으로, 향후 촉매와 공정의 스케일업 및 최적화 연구를 진행하여 2030년경 실증을 통해 국가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물론,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도 큰 문제이다. 따라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은 환경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에도 필수적이다.
ㅇ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확대를 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용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환경부는 2022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폐기물 재활용 유형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했고, 산업부는 석유화학공정 원료로 석유만 허용하던 규정을 2024년 7월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도 허용하도록 변경했다.
ㅇ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생산 규제 및 재활용 의무를 강화 중인데, 특히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UN 플라스틱 오염 대응의 최종 협약 회의(INC-5)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나프타 분해 공정(NCC, Naphtha Cracking Center)의 원료(나프타) 대신 쓰여,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만들 수 있다. 독일 바스프,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도 상업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기존의 석유 원료인 나프타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물성 차이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ㅇ 우선, 기존 나프타는 탄소 수가 5~9개 사이로 구성된 반면 열분해유는 탄소 수가 5~44개로서, 나프타 성분이 약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열분해유의 약 20%만 나프타 분해 공정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열분해유에는 나프타 분해 공정의 원료로 부적합한 다량의 올레핀과 다양한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올레핀과 불순물을 제거하려면 고온·고압의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존 공정은 850℃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 연구팀은 2017년 상업화에 성공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에 특화된 촉매 개발과 반응 조건 최적화를 통해 기존 상업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ㅇ 화학연은 앞서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하여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의 세계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KBR로 기술이전하여 2017년 세계 최초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기존 공정은 촉매 없이 가열 과정만으로 나프타를 분해하는 방식이나, 해당 기술은 촉매를 넣어 비교적 낮은 온도로, 나프타보다 탄소 사슬이 길고 불순물이 많은 석유 원료 또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ㅇ 연구팀은 기존에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분해에 특화된 촉매를 개발하고 반응 조건 최적화를 이뤄냈다.
ㅇ 그 결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 수소화 과정 없이 100%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기존 나프타 대비 더욱 높은 경질 올레핀 수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열분해유 내에 다량 포함된 올레핀이, 촉매가 없는 열분해에서는 찌꺼기가 생기는 원인이지만, 촉매 분해에서는 경질 올레핀으로 전환되는 유용한 성분임을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이다.
ㅇ 한편 촉매 분해 반응에서는 촉매 표면에 찌꺼기가 많이 쌓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있는데, 성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촉매 재생(찌거기 제거 과정)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는 반응 부위에서 촉매(제올라이트 성형체)와 원료가 함께 움직이며 반응하고, 재생 부위에서는 비활성화된 촉매가 연속적으로 재생되는 구조로 만들어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ㅇ 연구팀이 만든 파일럿 규모의 촉매와 반응기를 사용해 기존 나프타 분해 공정보다 170℃ 낮은 680℃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투입한 결과, 경질 올레핀 수율이 나프타를 사용할 때(34.6%) 보다 27% 향상(44.1%)되었다. 또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시간당 1kg씩 24시간 연속 투입해도 성능이 유지되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 이번 연구는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ㅇ 우선 화학연이 개발하고 상업화까지 성공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신뢰도가 있다.
ㅇ 또한, 대부분의 논문들이 깨끗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연구였던 반면, 이번 연구는 국내 업체에서 실제 생활계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여 생산한 열분해유를 원료로 사용하고, 파일럿 규모의 반응기에서 연속 운전을 성공적으로 확인하여 상용화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ㅇ 연구팀은 앞으로 실용화를 목표로 촉매 공정의 스케일업 연구 및 경제성, 환경성에 대한 상세 평가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한 후, 2030년 실증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ㅇ 화학연 이영국 원장은 “이번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의 대체 기술로서, 기존 기술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기술이 국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이번 논문은 화학 공정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인 ‘미국 화학회 지속가능한 화학 및 엔지니어링(에이씨에스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 앤드 엔지니어링,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IF=7.9))’ 2024년 8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ㅇ 또한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 및 국가과학기술 연구회 융합연구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